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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022년 9월호-투쟁소식(덕성여자대학교분회)] 빗자루와 장미

2022-09-06
조회수 115

빗자루와 장미

-덕성여대 하계 졸업식



 8월 24일, 덕성여대 하계 졸업식이 있었어요. 우리는 전날 저녁 늦게까지 학생들에게 전해줄 장미꽃 110송이를 한 송이, 한 송이 정성스레 포장했어요. 학생들에게 꽃을 전해주면서 졸업을 축하드린다는, 건승을 기원한다는, 우리의 투쟁을 잊지 말아달라는 인사들을 건넸어요. 학생들도 우리에게 마주 손을 흔들거나 팔뚝질을 하거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어요. 한 학생은 졸업식이 끝나고 청소하는 곳까지 꽃을 들고 내려온 거예요. 눈물이 글썽글썽한 얼굴로 너무 감사하다고, 청소를 너무 깨끗하게 잘 해주셔서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공부 잘 하고 간다고, 잊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. 마음이 울컥했어요. 한 조합원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어요. 이렇게 꽃으로라도 학생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.

학생들과는 이렇게 웃으며 인사를 나눌 수 있었는데, 김건희 총장과는 그렇지 않았어요. 우리를 본체만체 지나치는 총장에게 면담하자고 요구했더니 “나는 할 이야기 지난번에 다 했다”는 이야기만 하더라고요. 그 분은 우리를 ‘학교의 구성원’이 아니라 ‘너희들’로 대해요. ‘너희들’ 없어도 학교 잘 돌아간다는 식이죠. 우리는 노동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기 때문에 총장의 그 따위 이야기로 자존심이 상하진 않았어요. 단지 '이렇게 큰 학교를 운영하는 총장이라는 사람이 저 정도 생각 밖에 못하는구나' 싶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어요. 사무처장이라는 사람은 평화적으로 뜻을 전달하는 우리에게 와서 “근무시간에 집회를 해도 되는 것이냐”, “뒷감당할 수 있겠냐”고 마구 소리쳤어요. 그래서 우리는 “앞감당도 하겠다!”고 대답했죠.

우리 분회는 비록 소수지만 조합원들이 지치지 않고 함께하고 있어요. 부득이하게 선전전 참석을 못하게 되는 날엔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조합원들이에요. 그런 조합원들과 함께해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. 이길 때까지 함께 꿋꿋이 투쟁해나갈 겁니다.

 

-윤경숙 덕성여대분회 분회장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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